아름다운 이야기

[스크랩] [지평선] 살아서 할 일

송규정 2011. 8. 24. 10:07

아주 의미 있게 들은 죽음 얘기 하나. 친구가 많던 한 서예가는 입원해 있으면서 평소 가깝게 지내던 친구를 차례로 불렀다. 지인도 "한번 보자고 한다"는 가족의 연락에 병원에 들러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눈 뒤 "속히 쾌차하시라"는 인사를 하고 헤어졌다. 문병을 마치고 한달 정도 지났을 즈음, 그의 편지를 받았다. "당신을 만나서 즐거웠고 행복했다"며 지나온 얘기들을 깨알같이 적어 내려간 붓글씨 편지였다. 헌데 편지 말미에"이 편지를 받으면 나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세. 건강하시게"라고 써있었다. 빈소도 차리지 못하게 하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편지로 작별을 대신한 '사자(死者)의 편지'였다.

■ 떠난 사람 웃으면서 보냈다는 또 다른 얘기. 친구가 사망해 문상을 갔는데 예를 마치고 나니 상주가 영정 옆에 있는 녹음기를 틀었다. "바쁜데 뭐 하러 왔어. 애들이 제대로 전할 것 같지않아 이렇게 말하니 꼭 챙겨가." 분명 친구의 목소리였다. 이어 상주는 "가시면서 펴 보시라"며 아주 계면쩍은 표정으로 편지봉투 하나를 건넸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뜯어보니 평소 즐기던 얘기를 빼곡히 적어놓은'유머 모음'이었다. 늘 웃자면서 얘기를 재미있게 하던 친구가 더욱 새로웠다고 한다.

■ 9살짜리 소녀가 죽은 뒤에 100만 달러나 모았다는 최근 외신은 죽음 뒤에 빛난 또 다른 의미를 담고 있다. 미국 워싱턴 주에 사는 레이첼 백위드라는 소녀는 자신의 생일을 앞두고 아프리카에 맑은 물을 보내겠다며 구호단체 채리티 워터(Charity Water) 사이트에서 모금운동을 시작했다. 레이첼은 당초 목표 300 달러를 채우지 못한 채 교통사고를 당했고 사이트는 폐쇄됐다. 이 사연을 다니던 교회의 목사가 다시 사이트에 올리면서 기적을 몰고 왔다. 세계 각지에서 2만6,000여명이 참여했고 모금액도 10억 원을 넘었다.

■ 평생 모은 돈을 기부하고 떠난 미담은 적지 않지만 10억 원을 기부하고 지난달 차례로 세상을 떠난 홍용희(향년 82) 한재순(향년 83) 부부의 사연은 진한 감동이다. 평생 채소장사를 해온 부부는 지난해 말 성당을 찾아 좋은 일에 써 달라며 9억 원을 전했고 며칠 뒤에는 수도원에도 1억 원을 기부했다. 이런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딸에게 당부까지 했다고 한다. 미국의 갑부들이 죽기 전에 재산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자는 운동을 벌이고, 가진 자들의 책임이 화두인 요즘, 살아서 할 의미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한다.  / 이종재 한국일보 논설위원

출처 : 덕산글방
글쓴이 : 노진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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