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처럼 -이태석 신부님을 기리며
하늘과 땅도 노을로 만나지만
꽃과 잎이 만날 수 없는
견우와 직녀의 사랑보다 슬픈
내 사랑 상사화
내가 형을 생각하면 그렇다
나는 형과 이야기 한 번 나누지 못했다
빛고을 신학교 한 울타리에서
사제의 꿈을 키웠지만 학년이 다르고
나는 기숙사 생활을 했고 형은 수도회에서 통학을 했다
형도 나와 얼굴을 마주한 일이 없다
스쳐지나가는 웃음으로 만났을 뿐
그런 형인데 가슴이 젖는다
저 멀리 지구 반대편 검은 대륙
수단의 새벽하늘 샛별처럼
검은 별들의 가슴에
십자가의 예수님처럼 못 박힌 사랑이다
형이 가슴으로 걸어 들어온 것은
89년 광주의 오월 하늘에서다
십자가 앞에 꿇어 주께 물었네 오오--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는 이들
총부리 앞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이들을
왜 당신은 보고만 있냐고
눈물을 흘리면서 주께 물었네
묵상이라는 형의 노래는
내 삶의 등불이었다
병자들의 성자 슈바이처처럼
복음의 사도 바오로처럼
내 희망의 빛이 되어준,
형은 내가 주께 물었던
그 삶의 모범 답안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세상을 아파하는 사람
벗을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만이
별이 될 수 있듯이
형은 아프리카 민중의 별
인류의 푸른 별이 되었다
사무치는 그리움은 무엇일까
형처럼 나누지 못한 탓일까
평화를 갈망하지 않는 탓일까
가난한 이들을 위해
형처럼 전부를 내어놓지 않아서일까
이토록 사무치는 그리움은
형처럼 살라는,
사랑의 명령일 것이다
-진안 만나 생태마을에서 최종수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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