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혜로운 야생 거위 ♤
조선 후기의 실학자 성호 이익 선생의 글 가운데
《관물편(觀物篇)》이란 것이 있다.
경기도 안산에 은거하면서, 생활 속에서 듣고 본 이야기들을
짧은 토막글로 적어둔 것이다.
말하자면 생활 속의 비망록인데
이 가운데는 일상 속에 자주 접하는
새나 가축들에 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이 가운데 보이는 이야기 한 토막.
어떤 이가 야생 거위를 길렀다.
불이 익힌 음식을 많이 주자 거위가 뚱뚱해져서 날 수가 없었다.
그 뒤에 문득 먹지 않으므로 사람들은 병이 난 것으로 생각하여
더욱 먹을 것을 많이 주었다.
그런데도 거위는 먹지 않았다.
열흘 쯤 지나자 몸이 가벼워져서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내가 듣고 말했다. 지혜롭구나. 스스로를 잘 지켰도다.
이 이야기가 성호는 무척 마음에 와닿았던 모양이다.
이 일을 가지고 다시 시를 한 편 짓기까지 했는데,
시의 제목은 〈천아행(天鵝行)〉이다.
천아(天鵝)는 백조이니 고니를 말하는데,
여기서는 위의 이야기로 보아 야생 거위를 말한 것인 듯 하다.
♤ 천아행 ♤
거위가 물가에 내려 앉았다 우연히 야인의 손에 잡혔네.
번화한 거리에 보내져서는 불에 익힌 음식을 마구 받아 먹었지.
큰 집 뜨락에서 장난 치면서 길들어 가축과 같게 되었네.
유유히 세월을 보내며 놀다 밥 찾아 배를 채우곤 했네.
갑자기 배고파도 곡식 끊으니 지혜로움 사람들은 알지 못했지.
병 들어 죽을려나 생각하면서 은근히 걱정을 많이 했다네.
열흘 동안 마음이 변치 않더니 몸이 가벼워져서 날개짓 하다,
갑자기 허공 솟아 멀리 날아가 호연히 강과 바다 즐겁게 노네.
곁에서 보던 이들 모두 경탄해 미물의 영험함을 그제야 깨달았지.
어이 굶주려 배고프지 않았으리 앞 자취를 뉘우쳐 참은 것일세.
기운을 섭취해 더러움을 제거하고 뱃속을 깨끗이 씻어 냈다네.
지금까지 지저분 하던 깃털을 맑은 물에 씻어서 없애려 하네.
드넓은 하늘서 짝을 찾아서 줄 지어 날아가니 누가 화살을 쏘랴.
이 일 참으로 기이하구나 많은 사람 부끄러워 하기 원하네.
구구히 늙은 욕심 많은 사람들 다투며 손가락질 싸움이 끝이 없네.
조금만 굶주리면 본색을 드러내고 한번 배부르자고 목숨과 맞바꾸지.
사람으로 미물과도 같지 않으니 생각사록 부끄러움 금할 길 없다.
그 누가 길들여져 떠나지 않는 새가 명철하고 어진 덕을 갖추었다 하는가.
이 거위의 노래를 지어 욕심에 빠진 세상 사람 경계하련다.
자료출처 鄭 珉 한문학
눈 앞에 먹을 것에 눈이 멀어서
그것이 저를 죽이는 덫인줄도 모르고 덤벼드는 욕심 사나운 인간들과,
열흘을 그대로 굶으면서
불에 익힌 인간의 음식을 받아 먹어 찐 군살을 말끔히 빼내고
허공을 박차고 날아 올라 자연으로 돌아간
거위의 이야기를 대비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거위가 제 몸을 가볍게 해서 훨훨 푸른 하늘을 날아갔듯이,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뱃속에 잔뜩 들어앉은
덩어리들을 내려 놓고, 가뿐하게 한 세상을 건너갈 수 있을까?
영원한 마음의 고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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