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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역사-시베리아의 알타이산맥서 한민족 흔적 찾는다…서낭당같은 성소, 신라양식 고분 무덤,민담 원형, 바이칼 호수, 문화교류, 필독

송규정 2012. 9. 11. 22:44

알타이산맥서 한민족 흔적 찾는다…서낭당같은 성소, 신라양식 古墳

2003년 07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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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의 알타이산맥은 한민족의 발상지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서쪽으로는 중앙아시아, 동쪽으로는 몽골과 만주를 잇는 초원길에 있는 이 산악지방은 수만 년 동안 많은 유목민의 피난처이자 동서 문화의 교차로가 된 곳이다. 동아사이언스 취재진은 지난해 여름 바이칼호 탐사에 이어 올해 6월 29일부터 7월 5일까지 정신세계사의 후원으로 고고학자인 목포대 이헌종 교수 등과 함께 ‘한민족의 기원’을 찾아 알타이산맥을 답사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볼 수 있었던 한민족의 시베리아 기원설 흔적을 소개한다.

흰눈으로 모자를 쓴 듯한 4000m 이상의 산봉우리와 빙하. 수정처럼 맑은 물과 코발트빛 호수. 난공불락의 절벽 사이로 흐르는 급류. 햇빛조차 뚫고 들어갈 수 없는 울창한 삼림. 풍부한 날짐승과 약초. 활주로처럼 펼쳐지는 고원 분지의 초원.

알타이고원에 오면 이곳이 ‘아시아의 진주’란 말이 실감난다. 이 산맥은 러시아에서 시작해 중국, 카자흐스탄, 몽골의 국경지대를 따라 2000km에 걸쳐 남동 방향으로 뻗어 있다.

이 산악지대는 ‘시베리아 고고학의 보고’로도 유명하다. 5만년 전 이곳에 현생인류가 정착한 뒤 만든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 철기 등 다양한 도구와 함께 암각화, 고분, 미라, 매머드 뼈, 동굴 유적, 유골이 수없이 발굴됐다. 또 50만년 전 구인류의 석기도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 러시아 노보시비르스크까지 비행기로 5시간. 다시 버스로 10시간을 달려 취재진은 러시아과학원 시베리아고고학연구소의 데니소바 발굴 캠프에 도착했다.

발굴 책임자 아나톨리 데레비안코 소장은 “이곳은 시베리아에서 가장 먼저 현생인류가 정착한 곳”이라며 “산악지대에 유난히 석회암 동굴이 많아 빙하기에도 안식처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취재진은 해발 1000m의 고원지대 초원에 있는 알타이자치공화국 멘드로사콘 마을로 향했다. 서울에서 5000km나 떨어진 여기에서 낯익은 닮은 꼴 얼굴을 보니 반갑기만 하다.

여기서는 초등학교 4학년까지 투르계 알타이어를 배운다. 놀랍게도 이곳 말로 ‘믈’은 우리말로 물이다. ‘아빠’는 아버지, ‘마늴’은 마늘, ‘말’은 말(馬)이다. 투르크어, 몽골어, 만주퉁구스어를 비롯해 한국어와 일본어도 알타이어족에 속한다는 게 실감난다. 흰 천을 매달고 제사를 지내는 성소도 우리의 서낭당과 빼닮았다.

이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파지리크 무덤은 한국 문화와의 관련성으로 주목을 받는 곳이다.

무덤 발굴을 참관했던 서울대 최몽룡 교수(고고학)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키타이 유적인 파지리크 봉토분은 적석목곽분으로 고신라의 것과 비슷하다”며 “알타이 지역에 사는 투르크계와 몽골계 원주민은 우리 민족과 사촌관계다”고 밝혔다.

한민족의 기원을 추적해온 강원대 주채혁 교수(역사학)는 2년 전부터 한민족의 ‘알타이-사얀산맥 기원설’을 주장하고 있다. 알타이와 그 동쪽의 사얀산맥에 살면서 순록을 키우고 숭배했던 유목민족이 만주 싱안(興安)령 쪽으로 이동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고, 고조선의 ‘선’은 순록의 먹이인 ‘선(蘚·이끼)’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1월에는 아메리카 인디언도 알타이-사얀 지역에서 기원했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모스크바대 일리아 자하로프 교수(유전학)가 미국 학자와 함께 러시아 내 유목민족과 아메리카 인디언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비교해 ‘러시아과학원학회지’에 논문을 발표한 것. 이 논문에 따르면 아메리카 인디언의 조상은 15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기원해 2만5000년∼4만년 전 시베리아 사얀지방을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알타이, 동쪽으로는 바이칼호 일대에 살다가 베링해를 건너간 투바족 등 투르크계 유목민족이다.

만일 한민족의 발상지도 알타이와 사얀지방이라면 우리는 아메리카 인디언과 선조가 같은 셈이다. 알타이어 문화권은 지난 2000년 동안 흉노제국, 고구려제국, 돌궐제국, 몽골제국, 금, 청, 오스만 같은 대제국을 건설해 유라시아를 동서로 연결하며 대륙의 주인 역할을 해왔을 뿐 아니라 멀리 아메리카 대륙까지 개척한 것이다.

한민족의 기원을 찾아 20차례나 북방지역을 답사한 정신세계사 정재승 편집주간은 “알타이인은 말을 타고 사얀산맥을 거쳐 바이칼호나 몽골 초원까지 일주일이면 갔고, 여기서 고구려 만주 땅까지는 다시 일주일이면 갔다”며 “불분명했던 과거의 국경과 유목민의 빠른 기동력으로 볼 때 알타이와 한반도 사이의 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해발 1000m의 고원 분지에 있는 우스트칸의 동굴 유적. 바위 한 가운데 동굴이 보인다. 수십만년 전의 구석기 유적 발굴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그림]

▼알타이 설화-민담▼

알타이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아이에게 들려주는 설화와 민담 가운데는 우리 것과 원형이 같은 게 많다. 국내 최초로 알타이 민담과 설화를 모아 최근 발간한 ‘알타이 이야기(370쪽, 정신세계사)’는 이곳의 설화가 우리 이야기와 얼마나 비슷한지 보여준다.

알타이 민담인 ‘하늘로 간 별이, 즐드스’는 한 여자애가 새엄마와 언니의 구박을 받다 죽지만 환생한다는 줄거리가 ‘콩쥐팥쥐’와 쌍둥이처럼 닮았다. 알타이 설화 ‘소원을 들어주는 댕기’는 우리의 ‘나무꾼과 선녀’, 부여의 시조설화인 ‘금와왕 이야기’를 합쳐놓은 것 같다. 이 설화의 줄거리는 탄자왕(개구리왕이란 뜻)이란 이름의 노인이 개구리의 생명을 구해주고 보답으로 아내를 얻어 알타이의 후손을 넓게 퍼뜨린다는 것.

저자인 부산대 노문학과 양민종 교수는 “알타이는 ‘황금’을 의미하는 단어로 금와왕=황금 개구리왕=알타이 개구리왕=탄자왕으로도 유추해 해석할 수 있다”며 “한반도 북부지역과 알타이는 문화적 상징과 이야기의 내면에 흐르는 모티브에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터키에서 중앙아시아, 알타이산맥을 거쳐 몽골과 만주, 한반도로 이어지는 알타이 문화권에서 말로 전해오는 구비문학의 유사성에 주목해 자료를 수집하고 원주민을 만나 채록을 해왔다.

알타이(러시아)=신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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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은 언제 어떻게 형성된 것일까? 해답을 한반도 내에서만 찾기란 쉽지 않다. 우리는 북방 아시아인과 언어 문화 뿐 아니라 생김새와 유전적 특징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민족의 뿌리를 찾으려면 국경은 물론 학문 간 장벽을 뛰어넘는 종합 연구가 필수적이다. 그 첫 시도로 우리나라의 유전학자, 의사, 지질학자, 고고학자, 민속학자 22명과 러시아 학자 4명이 8월 5일부터 8일까지 러시아 이르쿠츠크대에서 ‘동아시아 민족의 뿌리’를 주제로 세미나를 갖고 시베리아의 성소로 추앙되는 바이칼호를 답사했다. 동아사이언스는 서울대 내분비대사영양연구소, 배재대 한국시베리아센터, 이르쿠츠크대가 공동 주최하고 (주)미토콘과 (주)SIS가 후원한 이 행사를 단독 동행 취재해 보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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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최고의 성지인 바이칼호 내 올혼섬에서 바라본 호수와 불한 바위. 기후가 건조해 섬의 대부분이 초원이고 소를 방목한다.
















해외 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거리에서 한국인을 한눈에 쉽게 알아보고 아는 척 한다. 그러나 비행기로 4시간 거리나 떨어진 바이칼호에서 맞부딪친 시베리아 원주민이 한국인과 구별이 어려울 만큼 얼굴이 똑같은 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북 아시아인은 다리가 짧고, 두터운 지방층을 가지고 있다. 또 얼굴이 평평하며 코가 낮고, 입술이 작고, 눈꺼풀이 두텁고, 눈이 가늘다. 이런 생김새는 동상과 찬바람을 견디고, 흰 눈 속에서 지내는데 보호막이 되었을 것이다.”

서울의대 이홍규 교수는 이런 북 아시아인의 체질이 빙기 때 시베리아에서 형성됐다고 생각한다. 이번 행사를 조직한 이 교수는 20년 전 북방과 남방 아시아인의 당뇨병 유전자에 차이가 존재하는 것을 발견한 뒤부터 한민족의 기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교수는 “추위에 적응된 체질이 형성되려면, 오랜 기간 고립된 지역에서 살았어야 한다”며 “2만5000년 전쯤 시베리아에 매우 혹독한 빙기가 닥쳤을 때 바이칼호는 아시아인들의 선조에게 오아시스가 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당뇨병 전문가인 이 교수로서는 대부분의 한국인이 ‘추위에 적응된 체질’을 갖고 있다는 게 중요한 문제이다. 생활 수준이 높아져 이제는 추위를 모르고, 영양도 과잉 상태다. 이런 급속한 환경 변화와 체질의 부조화가 비만과 당뇨를 일으키는 것. 이 교수는 “실제로 시베리아에서 미국으로 건너가 우리와 유전적으로 비슷한 미국의 피마 인디언은 거의 모든 성인이 비만 상태이고, 절반은 당뇨병에 걸린다”고 설명한다.

이 교수를 포함한 전세계 유전학자들은 80년대 말 세계 주요 인종의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 결과를 토대로 등장한 ‘아프리카 인류 기원설’을 신봉한다. 흔히 ‘분자 시계’로 불리는 미토콘드리아 DNA는 엄마가 딸에게만 물려주고 돌연변이가 빨라 조상을 추적할 수 있는 훌륭한 도구이다. 이 학설에 따르면 아프리카에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가 출현한 것은 15만년 전 쯤. 이어 5∼7만년전 쯤 중동지역으로 진출해 빠른 속도로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로 퍼졌다.

이런 흐름에 비추어 국내 유전학자들은 한국인의 원류가 된 북 아시아인이 마지막 빙기인 5만년 전부터 1만2000년 전까지 시베리아 지역에서 살면서 추위에 적응된 체질을 얻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교수는 “대부분의 한국인은 북 아시아인의 체질을 갖고 있지만, 남방계 아시아인과 유럽인의 유전자 등도 일부가 섞여 크게 4개의 유전학적 집단으로 나눌 수 있다”며 “이는 사상의학을 창시한 이제마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질을 4종류로 구분한 것과도 일맥상통해 유전자 검사를 통한 사상체질의 진단법을 만드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국대 김욱 교수(유전학)도 북 아시아인이 한민족의 주류였음을 인정하면서도 남방계 혈통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고 본다.

김 교수는 한국, 일본, 몽골, 중국, 태국 등 아시아 8개 민족 1211명의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했다. 그 결과 1만6500개의 DNA 가운데 CCCCCTCTA라는 9개의 글자가 빠진 특이 유전자를 가진 비율이 한국인은 16%, 일본인 14%, 중국인 13%였다. 반면 몽골인은 4%, 베트남인은 23%, 필리핀인은 30%여서 북쪽으로 갈수록 낮고,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높았다. 김 교수는 “이 결과를 통해 한민족의 형성과정에는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에서 이주해온 사람들도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바이칼호 주변에는 ‘무덤 계곡’이란 지명이 있을 정도로 많은 구석기와 신석기 유적이 발굴되고 있다. 러시아에서 시베리아 석기를 연구한 목포대 이헌종 교수(고고학)는 “2만5000년 전부터 날씨가 추워지면서 정교한 세형돌날 문화가 시베리아에서 발원해 한반도로 확산된 것은 빙기와 인구 이동의 연관성을 엿보게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러시아 고고학의 권위자인 이르쿠츠크대 게르만 메드베데프 교수는 “빙기였던 1만7000년∼1만9000년 전 바이칼호 인근의 시베리아가 사막화되자 더 좋은 기후를 찾아 사람들이 이동하면서 한국과 일본에 인구가 밀집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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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족의 始原’ 바이칼 호수를 품은 시베리아 부랴트공화국을 가다

2011년 0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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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고수레 솟대 장승 샅바씨름… 우리문화 판박이

백두산이 민족의 성지(聖地)라면 바이칼 호수는 한민족의 시원(始原)으로 여겨진다. 그래서일까. 한국인 중에는 ‘바이칼’이란 말을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민족의 형성과 이동 경로 및 풍속 등을 연구하는 전공학자들과 전통 무속 및 명상 등에 관심이 많은 인사들이 소리 소문 없이 다녀간다. 충북 제천 세명대도 호수 주변 부랴트공화국의 수도 울란우데 시에 있는 동시베리아문화예술대와 상호 교류협정을 맺고 교환학생을 보내고 있다.

바이칼 호수가 자리 잡고 있는 러시아 동부 시베리아의 부랴트공화국에 최근 다녀왔다. 남한의 3.5배가량 넓이에 인구가 100만 명이 채 안 되는 이 나라는 우리와 생김새가 똑같은 몽골어계 민족인 부랴트인이 25만 명에 달하는 ‘러시아 속 몽골’이다. 러시아인 부랴트인 우크라이나인 코사크인 및 원주민인 에벤크족이 공존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청정 담수호인 바이칼 호수와, 10여 리를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타이가 산림 및 사방 천지를 둘러봐도 초원으로 둘러싸인 스텝을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수(水)평선, 목(木)평선, 초(草)평선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나라는 흔치 않다. 겨울에는 스키 얼음낚시와 사냥, 봄에는 들꽃 기행, 여름에는 각종 수상 스포츠, 가을에는 트레킹이 펼쳐진다.

○ 바이칼호

바이칼 호수는 세계에서 가장 깊고, 가장 깨끗하며, 저수량이 가장 많은 호수다. 최대 수심은 1637m. 수심 30∼40m까지 볼 수 있으며, 전 세계 인구가 40년가량 마실 수 있는 천연 광천수다. 바다로 착각한 탓인지 세계에서 유일하게 담수호 물개가 서식하고 있다.

이곳에서만 잡히는 ‘오물’은 부랴트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생선이다. 우리 입맛엔 절임보다 구이가 더 맞는다. 한겨울에 꽁꽁 언 바이칼 호수 얼음 아래에서 위를 올려다보고 사진을 찍으면 마치 투명유리에 비친 모습으로 사진이 찍힌다.

초승달처럼 생긴 바이칼 호수의 절반은 러시아 이르쿠츠크 주와 부랴트공화국이 양분해서 관리하고 있다. 이르쿠츠크 지역은 접근성과 풍광이 좋은 반면 절벽지대이고, 부랴트는 호수 주변이 모래사장이나 자갈밭이어서 수영 산책 등이 가능한 이점이 있다. 한민족의 시원으로 거론되는 바이칼 호수 북쪽 올혼 섬은 이르쿠츠크 주가 관할한다. 매해 가을 오물이 알을 낳으러 회귀하는 부랴트 지역의 ‘오물룝카’는 산 평원 강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지역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타이가 숲에는 시베리아 소나무와 자작나무가 지천이다. 자작나무가 겨울에 내린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활처럼 휘어진 것은 색다른 구경거리다. 부랴트 사람들은 ‘나무의 귀족’인 자작나무 껍질을 태워 향을 사르며 기원을 올린다.

○ 문화와 풍습

바이칼 호수로 가는 도중 해발 1800m가량 되는 고개를 넘자 동시베리아문화예술대의 라다 바이르마 교수가 갑자기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간다. 그는 부친이 부랴트공화국의 문화장관을 지낸 부랴트인으로 상공회의소 관광위원장도 맡고 있는 지식인이다. ‘볼일이 급한가 보다’고 생각했는데 돌연 울긋불긋한 천이 걸린 나무에 보드카를 뿌린다. 당산목(堂山木)에 고수레 의식을 하는 것이다. 바이칼 호수에 도착하자 핸드백에서 쌀 한 줌을 꺼내 또 한 번 같은 의식을 치른다. ‘왜 그렇게 하느냐’고 물었더니 “자연에 대한 감사의 의미다. 오래전부터 부랴트인들은 이런 의식을 해왔다. 깨끗한 쌀이나 술, 동전을 뿌린다”고 답했다. 달라이 라마의 밀랍인형을 단상 중앙에 모시고 있는 라마 사원 주변에도 쌀이나 동전이 많이 뿌려져 있다.

서낭당이나 솟대 장승들도 눈에 띈다. 샤먼이 이들의 영적 세계를 총괄한다. 부랴트 사람들의 엉덩이에는 몽고점이 있고, 부랴트 언어는 우리말과 같은 알타이어계로 분류된다. 러시아풍의 극장에서 부랴트 가무극 ‘선조의 영’을 보면서 ‘나무꾼과 선녀’와 기본 스토리가 똑같아 깜짝 놀랐다.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면서 4년 전부터 부랴트공화국에서 살고 있는 부랴트국립대 전봉수 교수(31)는 “세상에서 샅바 씨름을 하는 곳은 한국과 부랴트공화국밖에 없다”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이곳에도 케이팝 등 한류 바람이 일고 있다고 한다.

○ 사회상과 한-부랴트 관계

직항으로 해도 3∼4시간을 가야 할 만큼 떨어져 있지만 한국과 시차가 없다. 상품 진열대의 70%는 중국 상품이 차지하고 중국어 열풍이 일고 있다.

부랴트 사람들은 시신을 매장하면 다시는 묘지를 찾지 않는다고 한다. 부랴트국립대 동양학부 극동어문학과 다리마 산다노브나 교수(33·여)는 “망자는 윤회의 원리에 따라 이미 다른 곳으로 갔으므로 가족들이 찾아가면 오히려 방해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랴트 수도 한복판에 아직도 세계 최대의 레닌 두상이 자리 잡고 있는 데 대해 “레닌 또한 역사의 뿌리라고 생각하는 데다 나름대로 부가가치가 있는 관광자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레닌이 누군지조차 모르는 젊은이도 많다고 한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과 부랴트공화국 간 경제 학술 교류가 급격히 활성화되고 있다. 부랴트공화국 루드밀라 막사노바 관광청장(여)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바이칼 호수 특별경제관광특구에 대한 한국의 적극적인 투자와, 2012년 부랴트공화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경제분과 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한국인들의 서비스 산업 노하우 전수 및 인적 교류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부랴트 상류층 인사들은 한국의 건강검진 및 성형 기술에도 많은 관심을 표시했다. 부랴트 지도층은 대한항공이 6월 말부터 주 2회 이르쿠츠크에 취항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아시아나항공이 울란우데에 취항해 줄 것을 고대하고 있다.

울란우데=오명철 동아일보 문화전문기자 osc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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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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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크! 쏘크! 쏘크!” 지난해 9월 부랴트의 수도인 울란우데 근교의 한 집. 샤먼인 타치야나 타비투이예브이(59·여) 씨가 마당에 모닥불을 피워 놓고 하늘을 향해 술을 뿌리면서 알 수 없는 말을 연방 외쳤다. 얼굴 전체를 가린 머리 장식과 더불어 의식의 분위기는 악령을 쫓는 것처럼 기괴했지만 의례를 하는 이유는 매우 일상적이었다.
한반도와 고대문화 공유 - 연관성 찾는 데 단서 제공

이날은 새집을 장만한 기쁨을 신과 함께 나누는 자리. 부랴트인들은 집을 사면 반드시 집 정화 의례를 한다. 샤먼들은 전나무 가지에 불을 붙여 집안 곳곳을 휘젓는데 ‘쏘크’란 ‘흠향(歆饗·천지신령이 제물을 받아 먹음)하십시오’라는 뜻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지난해 비교민속조사 사업의 하나로 부랴트 공화국의 샤머니즘에 대한 현지조사 결과를 최근 ‘부랴트 샤머니즘-어둠 속의 등불’로 펴냈다.

조사팀이 지난해 5주간 2만 km에 달하는 여정에서 15명의 샤먼을 만난 성과다.

그간 샤머니즘 연구가 문헌에 나타난 의례에 치우친 반면 이번에는 철저한 현지조사를 통해 의례뿐 아니라 ‘자신의 상처를 잊고 사람들의 상처를 치료해 주는’ 샤먼의 삶을 담았다는 것이 특징. 시베리아 북방민족은 몽골초원→만주→한반도로 이어지는 초원의 길을 따라 고대문화를 공유했기 때문에 우리 무속, 문화와의 연관성을 찾는 데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는 게 박물관의 설명이다.

러시아 동부 시베리아 바이칼 호 남동쪽의 부랴트 공화국. 새로 산 자동차의 정화를 위해, 가축이 늑대에 물려가지 않게 신에게 비는 샤먼은 ‘등불과도 같은’ 존재다.

그래서 샤먼을 남다르거나 이상한 존재로 보지 않는다. 격투기 국가대표팀 주치의, 중학교 수학 교사, 치과의사도 샤먼이다. 샤머니즘은 삶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조사팀은 이번 조사에서 샤먼의 ‘진짜 얼굴’을 찾는 데 주력했다. 1994년 내림굿을 받은 타비투이예브이 씨는 병 치료, 예언, 영혼 불러오기까지 못하는 의례가 없지만 “샤먼 일이 무척 힘들다”고 털어놓는다.

보통 사람이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는 것, 앞으로 일어날 일을 먼저 아는 것이 무척 괴롭다는 것. 프랭클린 페트로비치 투시밀로프(62) 씨는 유명한 치료 샤먼이지만 정작 자신은 1998년 아내와 아들딸이 마피아의 수류탄 테러로 세상을 떠난 상처를 가슴에 안은 채 살아가고 있다.


병 치료-예언 등 국민생활 전반에 깊은 영향

조사에 참여한 이건욱 학예연구사는 “부랴트 공화국을 포함한 시베리아 지역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길목에 있어 경제적 진출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며 “실용적 이유에서도 이들의 가치관을 지배하는 무속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샤먼의 접신 과정, 의례를 접하는 부랴트인들의 생생한 표정이 담긴 DVD도 함께 내놓았다. 또 9월 16, 17일 ‘국제샤머니즘 세미나’에 샤먼을 초청해 실제 접신의례를 열 계획이다.
윤완준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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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06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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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청정(淸淨) 호수, 시베리아의 진주….’

지구상에서 가장 깊고 오래된 호수 바이칼은 수많은 신비를 담고 있다. 바이칼 지역은 끝없이 역사가 거슬러 올라간다. 구석기 문화 유적이 여기저기 남아있고 샤머니즘과 우리민족의 원류인 몽골계도 이곳에 처음 정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바이칼은 90년대 초부터 불어닥친 개방의 가혹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이르쿠츠크에서 동쪽으로 70km 떨어진 리스트뱐캬 마을. 앙가라강이 바이칼과 만나는 지점에 있는 이곳은 대부분의 관광객들에게 바이칼 여정의 출발점이다. 산과 호수에 둘러싸여 있어 수려한 경치를 자랑한다. 마을은 조그만 정교회 성당을 중심으로 시베리아식의 나지막한 목조가옥들이 흩어져 있다. 이곳에는 3년 전만 해도 관광객을 위한 시설이라고는 옛 소련 시절에 지은 낡은 ‘바이칼 호텔’이 전부였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마을에 들어서자 그동안 달라진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방갈로 스타일의 미니호텔과 레스토랑 등이 세워졌거나 세워지고 있었다. 관광객들은 예전에는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바이칼 지역 구석구석까지 들어가기 시작했다. 호수 주변 마을을 오가는 바지선(船) 선착장에서 만난 현지 주민 빅토르 스테파노프(36)는 “최근에는 바이칼 지역 원주민들이 가장 신성시하는 북쪽 올혼섬 일대까지도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국제사회는 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바이칼 지키기’에 나섰다. 유네스코는 1997년 바이칼을 ‘세계 자연 유산’으로 지정했고 러시아 중앙 정부는 1999년 ‘바이칼 특별법’을 제정했다. 미국 국제개발처(USAID) 등도 바이칼 보존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세계은행(IBRD)은 최근 40년 동안 바이칼의 오염원으로 지적돼온 바이칼펄프제지콤비나트(BCBK)에 폐수처리 시설을 갖추기 위해 1단계 작업 비용 3300만달러 중 2240만달러를 제공하기로 했다. 현재 이 사업을 맡을 업체 선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러시아 정부도 이와 별도로 일반폐수처리 시설을 갖추기 위해 700만달러를 추가로 투입키로 했다.

무엇보다도 그린피스 등 환경단체와 ‘바이칼워치’ ‘바이칼웨이브’ 등 바이칼 관련 비정부기구(NGO)의 활동이 더 돋보이고 있다.

그린피스는 여름마다 바이칼 주변에서 ‘바이칼 캠프’를 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온 참가자들은 환경 문제에 대해서 의견을 나누고 주요 지역을 돌면서 버려진 쓰레기를 수거하는 등 실제로 바이칼 보호 운동을 체험한다.

그린피스 덕분에 바이칼 지역에는 이러한 ‘환경캠프’가 많아졌다. 류드밀라 자볼로트츠카야 이르쿠츠크 제16학교장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여름 캠프를 해마다 열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캠프는 바이칼과 환경의 소중함을 알고 자연과 가까워지도록 하는 등 교육적 성격이 강하다.

한편 갈수록 늘어나는 관광객들 사이에서 바이칼 보존과 관광 자원 개발을 조화시키려는 시도도 다양해지고 있다.

바이칼 인근 슬류뱐카 마을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알렉산드르 토크마코프(51)는 ‘에코투어(ecotour)’의 보급에 초점을 두고 있다. ‘에코’는 경제(economy)가 아니라 생태학(ecology)의 준말이다. ‘환경친화적인 관광’을 확산시키자는 것.

여기에는 “현지 주민들과도 함께한다”는 뜻도 포함돼 있었다. 예를 들면 고급호텔에서 먹고 자고 버스나 유람선으로 단체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민박과 하이킹을 하는 것. 자연과 현지인의 삶을 동시에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다. 토크마코프씨는 “‘자연친화적’인 것이 곧 ‘인간친화적’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에코투어에서는 캠핑 때도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낚시나 사냥을 자제하는 것은 물론이다. 결국 ‘바이칼 지킴이’들이 내놓은 바이칼 보존을 위한 ‘해법’은 약간의 불편과 욕망을 참는 인내였다.

‘바이칼웨이브’의 대표 제니퍼 사툰은 “바이칼을 지키려는 풀뿌리 운동으로 급속한 오염과 훼손을 막는 데 성공했다”며 “그러나 과거와 같은 청정호수로 복원하기 위해서는 러시아 정부와 국제사회의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염 주범 '바이칼 펄프제지'▼

1961년 건설 이래 바이칼 호수의 환경을 위협하는 대표적 산업시설로 환경운동가들의 격렬한 항의를 불러일으킨 바이칼 펄프제지 콤비나트 전경.-바이칼스크=김기현특파원
이르쿠츠크에서 남쪽으로 300km 떨어진 바이칼스크. 인구 4만6000여명의 이 작은 도시에는 바이칼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오염원으로 알려진 ‘바이칼 펄프제지 콤비나트(BCBK)’가 있다. 기자는 현지 환경운동가들과 함께 한국 기자로서는 처음으로 지난달 21일 BCBK를 방문했다.

BCBK 홍보 담당자인 알비나 요르기나는 공장 현황을 설명한 뒤 “폐수를 줄이려는 꾸준한 노력으로 상황이 호전됐다”며 관련 자료를 주었다.

그러나 동행한 운동가들의 안내로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서 있는 공장 주변의 숲 속으로 몰래 들어가자 공장에서 나온 폐수와 폐기물이 수백m 길이의 관을 통해 바이칼 호수로 버려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녹이 슬 정도로 낡은 관은 군데군데 새고 있었다.

호수에서 불과 100여m 떨어진 곳에도 온갖 폐기물들이 그대로 버려져 있었다. 주변 갈대숲과 회색빛 늪은 죽어가고 있었다. 바람이 방향을 바꾸자 머리가 아플 정도로 악취가 느껴졌다. 근처 농가에는 공해에 대한 내성이 강한 딸기 말고는 다른 농사가 안된다고 주민들은 설명했다. 현지의 여성 환경운동가인 올가 가메로바는 “비정상적으로 큰 기형 버섯이 숲 속에서 발견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BCBK를 폐쇄하거나 이전할 수 없는 데 문제가 있다. 지역 경제가 종업원 2000여명의 이 공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주민들의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BCBK는 환경과 경제 논리가 팽팽히 부닥치는 현장이었다.

▼영국인 사툰씨 "바이칼은 세계보물 환경보호에 국경없죠"▼

“바이칼은 러시아만의 소유가 아니라 세계가 아끼고 지켜야 할 보물입니다.”

이르쿠츠크 시내 레르몬토프 거리의 ‘바이칼웨이브’ 본부. 이 단체는 바이칼 환경 문제 연구에서부터 전 세계의 바이칼 관련 단체들의 현지 활동 지원까지 도맡고 있는 대표적인 바이칼 관련 비정부기구(NGO)다. 독일 녹색당 등 국제 사회의 재정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13명의 상근자와 자원봉사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본부에서 공동대표인 영국인 제니퍼 사툰(57·여)을 만났다. 그는 시베리아와 바이칼에 대한 남다른 애정 때문에 29년째 러시아에 살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옛 소련 시절 이르쿠츠크 외국어대에 교환교수로 와 영어를 가르치며 바이칼과 인연을 맺은 후 아예 러시아 영주권을 받고 눌러앉았다는 것. 개방 후인 92년부터 본격적으로 바이칼 보호 운동에 뛰어들어 바이칼 지킴이들 사이에서 ‘대모’로 통한다.

자원봉사자 중에는 환경 전문가들도 많았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대학원에서 환경학을 전공하는 제니퍼 스미스(25·여)와 니콜 롬(23·여)은 1년 예정으로 이르쿠츠크에 머물며 바이칼 지역 주민들의 환경 의식 조사를 진행하면서 바이칼웨이브를 돕고 있었다.

뉴욕 출신의 스미스씨는 어릴 때부터 외국을 동경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평화봉사단(Peace Corps)으로 아프리카 탄자니아와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오지에서 영어를 가르치기도 했다. 그는 “옛 소련의 핵실험장이 있었던 카자흐스탄에서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깨닫고 환경학 공부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미 버몬트주(州) 출신인 롬씨는 고등학교 때 시베리아 톰스크에 교환학생으로 3주간 다녀온 뒤 러시아에 반해 러시아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시베리아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사툰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주변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고 환경 문제에 대한 정보도 적다”고 안타까워하면서 “환경 보호에는 국경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르쿠츠크=김기현 동아일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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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좋은 정보 올리기
글쓴이 : 우동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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