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그림

[스크랩] 이한철·이정…조선 대가들의 재발견 <옛 그림에의 향수>

송규정 2011. 5. 23. 09:40

이한철·이정…조선 대가들의 재발견
회화전 ‘옛 그림에의 향수’
한겨레 노형석 기자기자블로그
» 이하응의 ‘석란10폭’
휘리릭~ 이 그림을 보면 환청이 들린다. 붓 놀릴 때 훑고 지나가는 한줄기 바람소리. 화폭엔 차 달이는 동자, 조롱박 찬 선인, 술 취해 널브러진 이태백, 단아하게 앉은 선녀가 있다. 옛 선비들이 꿈꿨던 이상향의 인간 군상들을 일필휘지로 단번에 그려넣었다. 손이 안 보일 정도로 한달음에 윤곽을 붓질했을 군상들 표정은 지금 인물처럼 생동한다. 요즘 여중생 여고생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동자의 앳되고 말쑥한 얼굴이 소름을 돋게 할 정도다.

한 획도 덧붙이지 않고, 정교함과 박진감을 아우르며 표정과 옷주름을 묘사해낸 이 인물화 스케치의 작가는 19세기 궁중화원 이한철(1808~?)이다. 19세기 대학자 추사 김정희의 제자이자 추사의 정교한 초상화로 널리 알려진 대가의 신출귀몰한 스케치 솜씨를 고서화 전시의 명가인 서울 견지동 동산방 화랑에서 지금 구경할 수 있다.

개인소장가들 도움을 받아 지난 15일부터 이곳에서 시작한 조선 회화전 ‘옛 그림에의 향수’는 당대 화단을 수놓은 대가들을 재발견하는 자리다. 얌전한 초상화가로만 여겼던 이한철의 호방한 필력 외에도 대나무 그림의 대가인 16~17세기 선비화가 탄은 이정, 난초 그림의 귀재 흥선대원군(이하응)의 남다른 면모를 엿보는 즐거움이 있다. 대나무 화첩 <삼청첩>으로 이름높은 탄은 이정이 비단에 금물로 그린 ‘이금 세죽’은 처음 공개되는 작품으로 사실적으로 묘사된 댓잎의 실루엣 사이로 지사의 비장감이 절절히 배어나오는 역작. 1609년 54살 때 그렸다는 간기가 있어 연대가 확실한 작가의 기년작으로도 소중하다. 이하응의 ‘석란10폭’(그림)은 화폭 중앙부의 괴석과 여기서 삐어지듯 뻗은 난초를 묘사한 독창적 구도가 상큼하다. 5폭짜리 그림인데, 중간부를 쪼개어 각기 측면에 괴석 난초가 있는 10폭으로 만들었다가 다시 붙였다고 한다. 석파 특유의 재기가 번뜩이는 구성이다.

세 거장의 작품만 명품은 아니다. 1, 2층 전시장 곳곳에는 펜화처럼 담박한 산수·정물화를 그린 19세기 감각파 김수철의 미공개 산수, 고독의 화가 현재 심사정이 그린 발랄한 새그림 등이 걸려 있다. 안목과 아취가 깃든 이병직, 민영환 등 후대 수장가들의 감상평과 소장기록들을 그림 언저리에서 같이 엿볼 수 있는 것도 이 전시의 재미다. 28일까지. (02)733-5877.

노형석 기자, 도판 동산방화랑 제공

출처 : 여민락(與民樂)
글쓴이 : 설촌(雪村)청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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